Esqu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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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내일 데이비드 보위 이야기Music 2018. 9. 11. 11:04
데이비드 보위는 다음날 눈을 감고 별이 되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우린 영웅이 될 수 있어(We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 데이비드 보위가 1977년에 발표한 열두 번째 정규 앨범 는 베를린 장벽 인근에 있는 한사 톤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넘버 ‘Heroes’는 머리 위로 총알이 빗발치는 세상에서도 입을 맞추고 사랑함으로써 너와 내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절규하듯 외치는 노래였다. 그리고 끝내 베를린 장벽을 흔드는 울림이 됐다. 1987년 6월 6일, 데이비드 보위는 독일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무대에서 너른 광장을 마주 보며 ‘Heroes’를 노래했다. 베를린 장벽 너머의 동베를린 시민들도 베를린 장벽 앞으로 모여 함께 노래 불렀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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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도감Food 2018. 9. 11. 00:44
스시도(道)를 아십니까? 스시 붐이 일던 십몇 년 전의 일이다. 그저 ‘초밥’이라고 불리던 이 음식이 이른바 미식가의 세계에 닻을 내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초밥은 스시가 되었고, 초밥집은 당연히 스시야가 되었다. 두어 번 가서 알게 된 스시 요리사에게 다들 이런 말도 하기 시작했었다. “오늘은 뭘로 쥐어주실 건가요?” 가장 대중화된 미식가 위장 언어인 ‘오마카세’가 등장하던 장면이었다. 쥔다는 말은 만들어준다는 말과 달리 프로 냄새를 풍겼다. 왜 아니겠는가. ‘만들다’라는 어휘는 음식마다 다르게 얼굴을 바꾼다. 국수와 국밥은 말아내는 것이고, 회는 써는 것이고, 냉면은 짜는 것이니까. 그런 말을 쓴다는 것은 이미 그 직업 세계에 정통한 느낌을 주는 것이니까. 회전초밥 수준의 스시가 교묘하게 이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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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술상 1편 곰세마리 꿀술과 이타카Food 2018. 9. 11. 00:26
국내 식재료로 빚은 한국산 서양 술을 음미할 수 있는 서울의 레스토랑과 바. 인류 최초의 술은 무엇일까? 이는 인류사에서 풀지 못한 수수께끼 중 하나다. 와인과 맥주가 후보에 오르지만 그보다 꿀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꿀은 단당류이며 물리적 개입 없이 자연 상태에 가만히 둬도 저절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땅에 떨어진 벌집에 남은 꿀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에 의해 발효했는데, 이를 원시 부족민이 마시면서 술을 최초로 발견했을 거라고 추정한다. 실제로 꿀술은 신화에도 왕왕 등장한다. 특히 기온이 낮아 포도가 잘 자라지 않는 북유럽 신화에서. 우리가 토르의 아버지로 익히 아는 오딘은 꿀술 한 모금에 자신의 오른쪽 눈을 내줬다. 영화 에서 오딘 역의 앤소니 홉킨스가 안대를 차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