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만한 속편은 없다.’ 아니 있다. 심지어 전편을 완벽히 압도하는 영화, 바로 ‘인크레더블2’다.
오늘(18일) 개봉한 ‘인크레더블2’는 말 그대로 ‘인크레더블’했다. 1편이 개봉한 후 14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서야 속편으로 돌아오는 것이 괜찮을까’란 주변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킬 만큼 스토리, 비주얼,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놀랍고 완벽에 가까웠다. 1편은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활약을 비롯, 슈퍼파워 가족의 소개에 대해 시간을 할애했다면 2편은 서사의 범위를 넓혀 슈퍼파워 가족과 그들의 활약상에 더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줄거리는 히어로 활동이 불법이 된 후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슈퍼파워 가족이 위기를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CEO ‘윈스틴 데버’는 엄마 일라스티걸에게 히어로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육아를 전담하며 주부 9단으로 거듭난다. 한편, 첫째 딸 바이올렛은 짝사랑하던 남자친구에게 용기를 내 고백하지만 히어로인 자신의 존재로 인해 더 이상 가까워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며 중2병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크레더블2’가 재미있는 첫번째 이유는 슈퍼파워 가족이 히어로라서 생기는 갈등과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에 생기는 관객과의 동질감이다. 물론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어벤져스3: 인피니티 워’의 아이언맨까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히어로는 꽤 나왔다. 그러나 ‘인크레더블2’의 슈파파워 가족에는 성별과 나이, 사회적 역할 등이 각기 다른 히어로가 등장한다. 이를 테면, ‘아버지’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직장을 잃게 되면서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지를 고민한다면 ‘첫째 딸’ 바이올렛은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와 또래의 평범한 청소년이란 두 역할 속에서 고민한다. 즉,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고군분투하는 슈퍼히어로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슈퍼파워와 상관없이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해 친근함을 느껴 몰입하게 되는 것.
두번째 이유는 역시 1편보다 더욱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이다. ‘인크레더블2’ 속 도시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화려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됐다. 1편에 이어 2편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브래드 버드 감독은 1960년대 스파이물인 영화 ’007 ’시리즈,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 등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2편 역시 1960년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멋지고 우아한 무드를 담아냈다. 그는 ‘인크레더블2’를 미국 옛 시절의 분위기와 최첨단이 공존하는 ‘복고적인 미래 도시’로 규정하고 1950~60년대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미국 팜스프링스로 수차례 방문하며 그 시절 도시 특유의 깔끔하고 선명한 라인을 영화에 반영시켰다. 그 이외에도 다국적 기업 데버테크의 빌딩부터 슈퍼파워 가족의 싸구려 모텔들, 그리고 각 공간의 작은 소품 하나까지 1940~60년대 낡은 광고 포스터, 세계 박람회 포스터 등 옛 자료를 철저히 고증한 뒤,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과거와 미래가 결합된 독특한 인크레더블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슈퍼파워 가족의 히어로 수트 뿐 아니라 캐릭터들의 일상복 역시 영화의 전체 비주얼에 맞춰 20세기 중반 의상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 1950년에서 1962년 사이 출판된 카탈로그와 옛날 사진을 일일이 찾아봤다는 의상팀은 마릴린 먼로, 오드리 햅번 등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의 의상을 참고해 일라스티걸의 의상을 제작했고 커다란 샤넬백과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에게는 피트 된 남방을 입혀 그의 덩치를 더욱 강조했고 바이올렛에겐 1960년대 반항적인 10대 패션 스타일을 참고해 접어 올린 청바지, 스웨터와 테니스화를, 마냥 노는 게 좋은 대쉬에겐 캐주얼한 의상을 입혔다. 가장 난이도 높은 의상은 에드나 모드 박사의 의상이었는데 평범한 드레스나 셔츠, 바지 따윈 거들떠보지 않을 그녀였기에 동물이나 버섯, 꽃 같은 자연과 조각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적인 디자인을 선택했을 정도다. 조연진과 수많은 단역들도 20세기 중반 의상을 참고하였다. 1950년대 옷의 형태와 똑 떨어지는 실루엣, 완벽하게 재단된 핏과 바느질의 패턴을 연구한 끝에 시대별 유사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양한 방식의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는 초절정 귀여움의 뉴 히어로 잭잭의 활약이다. 1편 끝에 잠시 출연했지만 본격적인 출연은 ‘인크레더블2’부터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옹알이를 하는 가족의 막내지만, 누구도 못 막는 괴력을 발휘하고, 불덩이로 변하는가 하면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는 모습에서 모두들 놀라게 될 것. 빌 와트럴 특수효과 감독은 “화염, 전기 같은 특수효과를 덧댄 상황에서도 잭잭의 해맑은 표정을 그려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이제 잭잭의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을 즐길 시간이다.
출처 {에디터 : 이충섭, "14년 기다림 끝에 ‘인크레더블2’", <에스콰이어 - 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