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능으로 만든 영화 '더 테이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자리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남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은 관객이 없는 수많은 영화로 둘러싸인 상영관일지도 모르겠다. 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 은 어쩌면 그런 세상에 대한 예민한 관심과 기민한 시선을 지닌 어느 특별한 관객이 수집한 영화들일지도 모르겠다. 은 정확히 각기 다른 네 쌍의 커플이 하나의 테이블에 앉았다 일어나는 사이에 나눈, 네 가지 대화를 나열한 작품이다. 각자의 입으로 발음하는 말에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의 안타까움과, 무심코 뱉어버린 진심의 민망함과, 다가가고 싶은 진심의 경로를 찾지 못한 조급함과, 상대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느껴지는 불안함과, 낯선 이에게 전하게 되는 뜻밖의 마음 씀씀이와..
U2, 코어스, 데미안 라이스 등 유명한 뮤지션을 많이 배출한 나라 아일랜드.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처음 여행지로 아일랜드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수 많은 버스킹이 벌어지는 거리, 수 많은 가수들이 향하는 여행지이기도 한 이 곳. 음악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든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음악 영화 세편을 소개한다. 프랭크 경치가 아름다운 국립공원 가면을 절대 벗지않는 인디밴드 소론프르프브스의 보컬 프랭크는 가면을 절대 벗지않는 기괴한 습관을 지녔다. 이들이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위의 두 영화같은 음악 영화를 기대한다면, 보지 않는 편이 낫다. 괴짜 프랭크와 평범한 음악지망생 존이 벌이는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서사적인 음악 영화는 아니다. 모든 갈등이..
롱 패딩 따위는 상대도 안 되는 겨울 코트의 위엄.#절도있게 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블랙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를 선택했다. 마치 군 장교의 코트처럼 보수적이고 깐깐한 인상을 준다. 이는 다니엘의 다부진 어깨와 가슴을 더욱 단단하게 보이게 한다. 블랙 장갑과 선글라스까지 매치하니 라이터 빌려달라는 말은커녕 옆에 나란히 걷기도 위축된다. #귀엽게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이자 사기꾼인 속 훈. 그의 캐릭터를 살린 건 바로 코트다. 정확히 말하면 코트 스타일링의 힘. 쓰리 버튼의 짧고 심플한 코트로 가볍고, 능청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옷깃을 한껏 세우고 서브 포켓에 손을 넣어 날라리 같으면서도 귀여운 멋을 살렸다. 지금은 많이 추우니 목도리를 둘러주면 딱 좋겠다. 물론 짧게 묶어서! #섹시하게 데인 드한의 ..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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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하는 셰프들 3편 광교옥
곰탕을 끓이고, 탄탄멘 면을 뽑고, 식빵을 굽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새롭게 우려내고 반죽한 국물 한 모금, 국수 한 가닥, 식빵 한 조각에 도전한, 딴짓하는 셰프들을 만났다.광교옥 by 박찬일박찬일 셰프가 돼지국밥에 이어 곰탕에 도전한다. 곰탕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즐겨 찾던 중구 광교에서 이름을 딴 ‘광교옥’이다. 아버지 못지않게 곰탕을 즐기는 박 셰프는 옛날에 먹었던 곰탕 맛을 회상하며 이탈리아 육수 내듯 탕을 끓인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서양식에서는 육수 낸 고기를 버리기 때문에 고기에서 육수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지만, 곰탕은 국물을 고기와 함께 먹는 음식이에요. 육수와 고기의 균형을 맞춰 끓이는 게 핵심이죠.” 박 셰프는 육수를 충분히 내는 한편, 고기가 수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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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라면집 3편 55번지라면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한정식집이 즐비한 삼청동 틈바구니 속에 자리잡은 라면집. 한국 라면의 고급화를 꿈꾼다는 이 집에서 치명적인 라면을 발견했다. “라면이 요리야?” 라면을 취재 중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더 아우성이다. 봉지라면 갖다 끓이는 게 대수냐는 뜻에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JTBC 의 간판 코너 ‘팩트 체크’가 뜬 이후로 우리는 일상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팩트를 대라는 팩트 요청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그러나 라면이 요리인지 아닌지에 대해 길고 긴 논쟁을 할 생각은 없다. 라면은 요리이니까.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55번지라면’은 구 주소로 삼청동 55번지라서 그대로 이름을 지었는데 덕분에 손님들이 식당을 찾아 헤맬 일이 없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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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빵
떡에나 어울릴 법한 한식 재료를 빵빵하게 넣은 빵들이 지금 인스타그램을 도배하고 있다. 최근 20대들이 기꺼이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르는 빵들은 어딘가 생소하다. 하나같이 빵을 자른 단면을 찍은 사진인데, 가만히 보면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부재료가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한다. 여기서 부재료는 우리가 익히 아는 유제품, 초콜릿, 견과, 건과 등이 아닌 단호박, 고구마, 밤, 팥, 콩, 흑임자 등이다. 초록색을 띠는 재료는 당연히 말차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쑥이다. 떡에 들어가야 할 부재료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 빵에 들어갔다. 만드는 사람이 어떤 빵을 개발하는지는 자유인 만큼 그러려니 넘기려는데, 인스타그램이 이러한 빵으로 도배된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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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괜찮아
남들이 버리는 부위를 요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세상의 요리 기술이란 것이 대부분 공개된 세상이다. 덕분에 왕육성 셰프나 이연복 셰프 같은 옛날 형들 이야기는 거의 전설이 됐다. “선배들이 요리법을 안 가르쳐준다고, 절대. 자기 밥벌이 수단이라는 거지. 게다가 그들도 가르쳐서 배운 게 아니었거든. 훔치거나 연구해서 알아내는 식이었지. 몰래 어깨 너머로 보고 있으면 국자가 날아왔다고.” 요즘은 다르다. 만약 ‘모로코풍의 허브를 이용해 48시간 동안 익힌 양어깨갈빗살 요리와 바삭한 감자튀김 곁들임, 마데이라 와인 소스’를 배우고 싶다고 치자. 구글과 유튜브에서 정확히 3분만 손가락을 움직이면 조리법을 얻어낼 수 있다.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나중 문제이다. 사실 프랑스의 거장 셰프 알랭 뒤카스뿐 아니라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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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기 좋은 장소와 취해야 할 음료
취향을 취하는 취향관 취향을 탐구하고, 취한다. 영화 를 보면서 살롱 문화를 생각했고, 그러다 1970~1980년대의 다방 문화가 떠올랐다. 연대 앞 독수리다방, 대학로 학림다방 등. 지식인들이 모여 책을 읽거나 편하게 사교했던 것처럼 연대와 도모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곳이 취향관이다. 1970년대에 세워진 2층 규모의 저택, 취향을 찾는 건 자신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에 호텔 컨시어지를 콘셉트로 잡았다. 취향관은 멤버십제로 운영한다. 공동체는 느슨한 하나의 연대이다 보니 넓은 범주에서 테두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멤버십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멤버들끼리 모여 매 시즌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분기별로 하나의 목표를 정해 책을 만들고, 곡을 쓰고, 인테리어 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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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비밀식당 더훈 편
비밀스러운 식당은 이유가 있다. 눈에 띄려 노력하기 보다는 지역과 상생하는 법과 최상의 맛에 있어 교집합을 찾아낸다. 가장 핫한 한남동에서도 ‘더훈’이 눈에 띄는 이유다. 미국 뉴욕에는 겉보기엔 넓지 않은 레스토랑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쪽으로 깊숙이 큰 곳들이 많다. 레스토랑의 각 테이블마다 개인적인 공간으로 잘 나뉘어 있다 보니 뉴욕에 오래 거주하다 보면 저마다의 아지트가 생긴다고들 한다. 지난 3월 한남동에 새로 오픈한 모던 아메리칸 스타일 레스토랑 ‘더훈(The HOON)’도 비밀스러운 공간에 가깝다. ‘더훈’은 경사진 지형 2층에 위치한 식당이다 보니 입구에 접근하려면 계단을 지나야 한다. 길 위에서 볼 땐 레스토랑이 지하에 있는 느낌인 반면, 길 아래에서 올려다볼 땐 2층에 있는 것이 확연히 ..
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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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공간Life Style 2018.09.11 16:10
멍하게 있기만 해도 좋다. 식물로부터의 치유 VERS HOUSEVERS [전치사] ~쪽으로, ~을 꽃과 식물에게 향한다. 시선도 향하고, 손길도 향하고, 마음도 향한다. 서울의 대표 플라워 카페로 꼽히는 벌스가든이 2년 6개월 만에 업그레이드해 ‘벌스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단순히 ‘플라워 카페’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1970년대에 세워진 2층짜리 주택을 그대로 살려 규모가 꽤 으리으리하다. “플로테리어라는 직업상 꽃 벽이나 꽃구름 등 꽃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무궁무진해요. 그런데 공간이 작으니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김성수 대표는 공간이 몇 배로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솜씨를 발휘하는 중이다. 층층이, 방마다 다른 콘셉트를 잡았다. 1층은 홈 가드닝, 2층은 라운지. 1층은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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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신드롬 5Life Style 2018.09.11 15:57
드라마 제목에서부터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1 제목이 반이다 제곧내. 제목이 곧 내용이라 할 만큼 강렬한 제목을 통해 시작 전부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신드롬의 첫번째 원인이다. 정확히는 드라마 주 시청자층인 2030여성들의 로망을 연하남이란 소재를 활용해 부드럽게 터치한 것. 밥을 잘 사줘서 예쁜 누나인지 예쁜 누나가 밥까지 잘 사주는 건지에 대한 모호한 제목의 경계는 시청자들에게 직접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재미 요소이기도 하다. 2 사회의 트렌드를 제대로 찔렀다 지금 세대에게 남녀평등은 당연한 얘기다.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1990년대 이전과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지금 2030에게는 드라마 속 손예진처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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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버킷 해트Life Style 2018.09.11 14:39
5월엔 무조건 버킷 해트. 양동이를 획 뒤집어놓은 것처럼 생겨 버킷 해트다. 아일랜드 농부와 어부들이 일할 때, 귀족들이 말을 타고 사냥할 때 이 모자를 썼다. 비와 바람, 햇빛을 막는 데 이만한 모자도 없었을 테니까. 5월에는 버킷 해트를 쓴다. 홀가분한 티셔츠에도, 너풀거리는 셔츠에도, 잔뜩 구겨진 면 슈트에도. 그리고 5월 초여름의 비와 바람, 햇빛 아래로 나선다. 출처 {에디터 : 고동휘, 어시스턴트 : 박유신, 사진 : 박현구, 모델 : 박형섭, 헤어 : 장수일. 메이크업 : 장수일, "버킷 리스트? 버킷 해트", , 2018년 5월호}Link original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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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연필 까렌다쉬를 만나다Life Style 2018.09.11 14:25
스위스 문구 브랜드 까렌다쉬가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캐롤 셔 회장을 만나 까렌다쉬 연필은 왜 비싼지 물었다. ‘까렌다쉬(Caran d’Ache)’라고 읽는 게 맞나? 맞다.(웃음) 까렌다쉬는 1915년에 스위스에서 제네바 연필 회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24년에 창립자 아놀드 슈바이처가 회사를 인수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러시아 태생인 부인이 러시아어로 연필이 까렌다쉬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터키어로는 그라파이트(graphite, 흑연)의 어원이기도 하다. 103년 동안 변하지 않은 철학이 있다면? 창조성과 혁신이다. 품질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사이 세상은 디지털화됐다. 재밌는 사실은 연필 등 문구류가 계속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은 환상적이다. 하지만 마약 같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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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있다가도, 없다가도.Life Style 2018.09.11 12:04
7우연은 있다가도, 없다가도.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ㅣ동양북스 "삶은 거대한 행운 게임이다." 저자는 세상은 우연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나쁜 일이 있어도 그것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우연이 우리 편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한다. 뭐가 됐든 ‘괜찮다’고만 하는 요즘 시류의 책 중 하나인가 싶은데, 저자가 양자물리학자다. 누구보다 이론적이고 실증적이어야 할 것 같은 과학자 말이다. 공식이 없는 우연과 공식이 필수인 과학자 사이의 기묘한 관계는 물리라는 학문의 특수성이 설명해준다. 물리학적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초신성이 충분한 양의 원소를 우주에 남겼고, 그것이 적당한 크기의 별로 탄생했고, 그 별이 다른 행성과 정확한 거리를 두고 궤도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