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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 히어로와 타노스의 막강 라이벌 구도Movie/Review 2018. 9. 11. 15:17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지구와 우주의 히어로가 만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스토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강의 빌런 타노스가 있다. 이 영화가 쌓은 단단함은 천만 관객을 돌파하기 전까진 쉽게 깨질 수 없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말 그대로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 개봉 첫 날에만 약 97만 7941명의 관객을 동원해 97만명을 동원한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 1위인 ‘군함도’(97만 2161명)를 밀어내고 1위 자리에 올랐고 개봉 이틀째인 26일에도 약 6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누적 관객 158만을 기록 중이다. 5월 초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기대작 ‘팔씨름’ ‘레슬러’도 ‘어벤져스’의 막강한 기세를 꺾기엔 쉽지 않을 전망. 초반에 기세가 좋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관객몰이를 하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 3위 ‘미이라’는 첫날만 87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꽤 근사한 서막을 알렸지만 오히려 재미없다는 입소문이 더 빨리 퍼지는 역효과가 나며 최종 스코어는 350만에서 멈춘 바 있다. 하지만 ‘어벤져스3’는 갖은 우려를 보기 좋게 종식시킬 만큼 잘 만든 수작이기 때문에 톰 크루즈의 ‘미이라’와 같은 비극은 없을 것.
‘어벤져스3’ 개봉 전에 가장 큰 이슈는 과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호언처럼 이 한편으로 마블의 지난 10년사를 담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따지고 보면 내년에 개봉할 속편도 포함해야겠지만 약 2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18편의 마블 영화가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마블은 자신들의 주장을 제대로 입증해내고 말았다. ‘어벤져스3’의 공식 보도자료를 잠깐 보자면 ‘어벤져스’는 우주를 관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인피니티 건틀렛을 완성하려는 빌런 타노스와 그를 막아야 하는 어벤져스 사이의 대결이다.
‘우주’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를 막으려면 단순히 지구에서 활동 중인 히어로들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반대로 우주의 히어로들이 타노스를 막지 못한다면 타노스는 비전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인피니티 스톤을 빼앗기 위해 지구로 향할 것은 뻔한 얘기이다. 이런 필연적 논리에서 출발한 ‘어벤져스3’는 지구와 우주의 히어로가 만날 수 밖에 없도록 매끄러운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스토리에 따르면, 우주에서 활동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토르가 만나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내고 지구에서 활동 중인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헐크, 스파이더맨 역시도 타노스에게 맞서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올해 초 개봉한 ‘블랙 팬서’의 쿠키 영상에서 윈터 솔져가 출연함으로서 윈터 솔져가 속한 캡틴 아메리카의 히어로들이 블랙 팬서와 힘을 합칠 것이란 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사실.
이처럼 ‘각 히어로들이 각자의 환경에 따라 소그룹을 결성해 타노스에 대항한다’는 설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각 히어로들은 전작부터 이어 온 캐릭터를 살려낼 수 있었고 관객들은 아이언맨의 시크함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냉철함, 스파이더맨의 활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모범생 그룹인 팀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팬서의 와칸다는 멋진 히어로의 모습 그대로였고 괴짜들이 집합한 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병맛 코드 가득한 재치 넘치는 히어로였다. 물론 ‘팀 가오갤’이 첫 등장할 때 그들의 시그니처인 훌륭한 BGM을 감상할 수도 있다. 23인의 히어로가 출연한 ‘어벤져스3’는 맛없는 반찬이 나올 때 한 데 섞은 뒤 김 가루를 뿌려 먹던 ‘군대 짬밥’이 아니라 맛의 고장 전주에서 먹을 수 있는 황금 비율의 ‘명품 비빔밥’으로 느낄 만큼 훌륭했다.
전 우주의 히어로가 만나 훌륭한 조합을 보여줄 수 있었던 필연적인 이유는 사실, 마블 사상 최강의 빌런 타노스란 존재 때문이다. 히어로를 한 손으로 제압하는 압도적인 전투력은 그가 강력함을 뒷받침하는 작은 요소에 불과하다. 그것보다는 히어로만 얘기하기에도 모자란 149분의 러닝 타임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해 타노스를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고 결과적으로 악당으로는 이례적인 존재감을 갖게 되면서 ‘어벤져스3’가 23명의 히어로 영화가 아닌 23+1의 영화가 된 것. 분명 영화 시작부터 ‘우주의 절반을 파괴해 질서를 다시 세우겠다’는 궤변을 주창하는 타노스가 밉게 느껴지지 않고 ‘그래, 너도 한번 23인의 히어로와 정정당당하게 붙어봐라’란 응원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도. 그게 바로 마블이 만든 ‘히어로들의 막강한 라이벌 타노스’란 라이벌 공식에 기인한 결과물이 아닐까. 영화 초반부터 단단히 쌓은 스토리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기 전까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돌파 이후에도.
출처 {에디터 : 이충섭, 사진 : 마블 스튜디오, "‘어벤져스3’ 히어로와 타노스의 막강 라이벌 구도", <에스콰이어 - TASTE>}'Movi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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