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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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하는 셰프들 3편 광교옥Food 2018. 9. 11. 16:24
곰탕을 끓이고, 탄탄멘 면을 뽑고, 식빵을 굽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새롭게 우려내고 반죽한 국물 한 모금, 국수 한 가닥, 식빵 한 조각에 도전한, 딴짓하는 셰프들을 만났다.광교옥 by 박찬일박찬일 셰프가 돼지국밥에 이어 곰탕에 도전한다. 곰탕을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즐겨 찾던 중구 광교에서 이름을 딴 ‘광교옥’이다. 아버지 못지않게 곰탕을 즐기는 박 셰프는 옛날에 먹었던 곰탕 맛을 회상하며 이탈리아 육수 내듯 탕을 끓인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서양식에서는 육수 낸 고기를 버리기 때문에 고기에서 육수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지만, 곰탕은 국물을 고기와 함께 먹는 음식이에요. 육수와 고기의 균형을 맞춰 끓이는 게 핵심이죠.” 박 셰프는 육수를 충분히 내는 한편, 고기가 수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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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라면집 3편 55번지라면Food 2018. 9. 11. 16:17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한정식집이 즐비한 삼청동 틈바구니 속에 자리잡은 라면집. 한국 라면의 고급화를 꿈꾼다는 이 집에서 치명적인 라면을 발견했다. “라면이 요리야?” 라면을 취재 중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더 아우성이다. 봉지라면 갖다 끓이는 게 대수냐는 뜻에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JTBC 의 간판 코너 ‘팩트 체크’가 뜬 이후로 우리는 일상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팩트를 대라는 팩트 요청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그러나 라면이 요리인지 아닌지에 대해 길고 긴 논쟁을 할 생각은 없다. 라면은 요리이니까.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55번지라면’은 구 주소로 삼청동 55번지라서 그대로 이름을 지었는데 덕분에 손님들이 식당을 찾아 헤맬 일이 없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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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빵Food 2018. 9. 11. 15:10
떡에나 어울릴 법한 한식 재료를 빵빵하게 넣은 빵들이 지금 인스타그램을 도배하고 있다. 최근 20대들이 기꺼이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르는 빵들은 어딘가 생소하다. 하나같이 빵을 자른 단면을 찍은 사진인데, 가만히 보면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부재료가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한다. 여기서 부재료는 우리가 익히 아는 유제품, 초콜릿, 견과, 건과 등이 아닌 단호박, 고구마, 밤, 팥, 콩, 흑임자 등이다. 초록색을 띠는 재료는 당연히 말차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쑥이다. 떡에 들어가야 할 부재료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 빵에 들어갔다. 만드는 사람이 어떤 빵을 개발하는지는 자유인 만큼 그러려니 넘기려는데, 인스타그램이 이러한 빵으로 도배된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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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괜찮아Food 2018. 9. 11. 14:58
남들이 버리는 부위를 요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세상의 요리 기술이란 것이 대부분 공개된 세상이다. 덕분에 왕육성 셰프나 이연복 셰프 같은 옛날 형들 이야기는 거의 전설이 됐다. “선배들이 요리법을 안 가르쳐준다고, 절대. 자기 밥벌이 수단이라는 거지. 게다가 그들도 가르쳐서 배운 게 아니었거든. 훔치거나 연구해서 알아내는 식이었지. 몰래 어깨 너머로 보고 있으면 국자가 날아왔다고.” 요즘은 다르다. 만약 ‘모로코풍의 허브를 이용해 48시간 동안 익힌 양어깨갈빗살 요리와 바삭한 감자튀김 곁들임, 마데이라 와인 소스’를 배우고 싶다고 치자. 구글과 유튜브에서 정확히 3분만 손가락을 움직이면 조리법을 얻어낼 수 있다.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나중 문제이다. 사실 프랑스의 거장 셰프 알랭 뒤카스뿐 아니라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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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기 좋은 장소와 취해야 할 음료Food 2018. 9. 11. 14:34
취향을 취하는 취향관 취향을 탐구하고, 취한다. 영화 를 보면서 살롱 문화를 생각했고, 그러다 1970~1980년대의 다방 문화가 떠올랐다. 연대 앞 독수리다방, 대학로 학림다방 등. 지식인들이 모여 책을 읽거나 편하게 사교했던 것처럼 연대와 도모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곳이 취향관이다. 1970년대에 세워진 2층 규모의 저택, 취향을 찾는 건 자신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에 호텔 컨시어지를 콘셉트로 잡았다. 취향관은 멤버십제로 운영한다. 공동체는 느슨한 하나의 연대이다 보니 넓은 범주에서 테두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멤버십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멤버들끼리 모여 매 시즌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분기별로 하나의 목표를 정해 책을 만들고, 곡을 쓰고, 인테리어 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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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비밀식당 더훈 편Food 2018. 9. 11. 13:10
비밀스러운 식당은 이유가 있다. 눈에 띄려 노력하기 보다는 지역과 상생하는 법과 최상의 맛에 있어 교집합을 찾아낸다. 가장 핫한 한남동에서도 ‘더훈’이 눈에 띄는 이유다. 미국 뉴욕에는 겉보기엔 넓지 않은 레스토랑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쪽으로 깊숙이 큰 곳들이 많다. 레스토랑의 각 테이블마다 개인적인 공간으로 잘 나뉘어 있다 보니 뉴욕에 오래 거주하다 보면 저마다의 아지트가 생긴다고들 한다. 지난 3월 한남동에 새로 오픈한 모던 아메리칸 스타일 레스토랑 ‘더훈(The HOON)’도 비밀스러운 공간에 가깝다. ‘더훈’은 경사진 지형 2층에 위치한 식당이다 보니 입구에 접근하려면 계단을 지나야 한다. 길 위에서 볼 땐 레스토랑이 지하에 있는 느낌인 반면, 길 아래에서 올려다볼 땐 2층에 있는 것이 확연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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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한식Food 2018. 9. 11. 12:45
한식의 대가들은 미래의 밥상을 생각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1000억여원을 쏟아부으며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2017년이면 지난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목표에 전혀 근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식의 주력 상품인 김치와 막걸리 등은 오히려 수출량이 현저히 줄었다. 특히 김치는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열 배 이상 늘어난 실정이다. 취임 이듬해 떡볶이를 비빔밥, 불고기 같은 한식의 대표 상품으로 육성하겠다며 호기롭게 개소한 떡볶이연구소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한식 세계화 사업은 성과가 없었다. 혈세만 줄줄 샜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한식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 발짝 다가간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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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작’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바 6Food 2018. 9. 11. 10:46
전통을 깨고 등장한 아이스바 6.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1. 누가바 블랙 제품 껍질을 벗기는 순간 다크 초콜릿 향이 확 풍긴다. 코코아 원료 6%를 더했을 뿐인데 색과 맛이 한층 강해졌다. 믹스커피 맛 같던 슴슴한 ‘아빠 입맛 아이스크림’의 매력이 그리워질지도. 초콜릿 코팅의 두께는 여전히 살얼음처럼 얇아서 베어 물면 바사삭 부서지는 식감의 재미는 그대로다. 1200원, 해태. 2. 비비빅 더 프라임 인절미 향에 목이 메인다. 콩가루 특유의 텁텁함 때문에. 그만큼 콩가루가 아낌없이 묻어 있다. 10% 비율이라는 미니 찰떡에 별 기대가 없었으나 고소한 콩가루 향이 혀를 스치자마자 씹히는 쫀득쫀득한 찰떡의 자진모리급 장단에 말을 잃고 먹게 된다. 1200원, 빙그레. 3. 쌕쌕 감귤 음료수 쌕쌕 오렌지..